달- 히라노 게이치로 마사키는 저도 모르게 노승의 기색을 살폈다. 처음 만났던 날 밤에 느꼈던 그대로, 속진(俗塵)에 물들지 않은 담백함에 후덕한 자애가 담긴, 참으로 대오각성한 이의 얼굴이었다. 노승은 쉽사리 말을 풀지 않았다. 침묵은 묵화에 '그려진' 여백처럼 텅 비었으되 빈틈이 없다. 노승의 심중이 그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만 같았다. 내면의 생활. ─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엔유와 마주할 때마다, 마사키는 그런 의문을 품곤 했다. 이제까지 그는 인간의 겉에 드러난 바를 간단히 믿지 않도록 애써왔다. 그것은 허세니 체면이니 하는, 전 시대로부터 이어져온 소위 '미풍(美風)' 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외래(外來)의 인간불신 사상과 엇갈려, 기묘하게 어두운 것으로 변하여 마음속에 똬리..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은 늘 바다를 '라 마르(La mar)'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바다를 정겹게 부를 때 쓰는 스페인어였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바다를 욕하지만, 그럴 때에도 바다가 여성인 것처럼 말하곤 했다. 젊은 어부들 중에서 낚시찌 대신 부표를 사용하고 상어 간으로 돈을 많이 벌어 모터보트를 사들인 치들은 바다를 '엘 마르(el mar)'라며 남성으로 취급했다. 이들은 바다를 경쟁 대상이나 일터, 심지어는 적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나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하며 큰 호의를 베풀었거나 베풀어 주지 않는 존재로 여겼다. 바다가 거칠게 굴거나 성나게 날뛰어도 그것은 바다도 어쩔 수 없어 그러는 것이다. 달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듯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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